전주문화재단 자만과 사랑 | 전체기사
웹진 «온전»

제목

자만과 사랑 편집장의 글
  • 2022-06-03 13:03
  • 조회 108
허영균(웹진 《온전》 편집장)
제5호 2022 문화예술정책_2022년 6월

본문 내용


"창피할 짓을 하는 이유는 창피할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 일어났던 일을 후회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저도 자주 그렇습니다. 걱정보다는 후회 쪽이 많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지 말 걸, 가지 말 걸, 아 나 자신이 싫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 그런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사건 당일만큼 더는 부끄럽지도 화끈거리지도 않습니다. 최근 누군가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전화를 걸어 온갖 가십을 전달해준 일이 있습니다. 다음 날 "취해서 별 소릴 다했네요, 창피해 죽겠어요."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숨긴 귀여운 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창피할 짓을 하는 이유는 창피할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제정신을 차리고 비로소 창피함을 느끼게 될 때도, 창피할 에너지가 분명히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해버리는 일들이라고요. 창피할 에너지는 어떤 짓을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자만 넘치는 사랑에서 생성되는 게 아닐까요. 자만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자만할 수 있게 하는 사랑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만을 또 품습니다. 이런 종류의 깨달음은 순간적이고, 대체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지만, 노력의 누적을 통해 습관이 되고, 본성이 될 거라 믿습니다. 《온전》 5호를 발행하면서 뿌듯함으로부터의 자만으로, 지난 호들의 아쉬움과 부끄러움을 잊으며, 읽을거리에 마음을 담아 전해 드립니다. 함께 생각하고 말하며, 같이 뿌듯하며, 부끄러워하고 싶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54844]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구렛들1길 46(팔복동1가 243-86번지)

Copyright 2011-2021 Jeonju Cultur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관리자 로그인

홈페이지는 운영체제(OS):Windows 7이상, 인터넷 브라우저: IE 9이상, 파이어 폭스, 크롬, 사파리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op으로